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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이 무릎 연골을 갉아먹습니다 — 국내 연구진이 사이언스에 메커니즘을 밝혔습니다

전남대 류제황 교수와 인제대 전장수 교수 공동 연구팀이 고혈압이 퇴행성관절염을 악화시키는 분자 메커니즘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혈압·체내 수분 조절에 관여하는 뇌 호르몬 바소프레신(AVP)이 고혈압 상태에서 늘어나는데, 건강한 연골에는 거의 없던 바소프레신 수용체(AVPR1A)가 연골이 노화하거나 손상되면 크게 늘어나면서 바소프레신과 결합해 연골을 분해하는 신호를 강하게 만들고 연골을 유지하는 신호는 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동물실험에서 AVPR1A를 제거하거나 관련 약물 렐코밥탄을 투여하자 연골 손상이 크게 줄어, 향후 고혈압성 퇴행성관절염을 겨냥한 새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고혈압이 바소프레신과 AVPR1A 수용체를 통해 연골을 손상시키는 메커니즘과 치료 가능성을 정리한 도표

SOURCE 파이낸셜뉴스 (2026.10.02) ↗

고혈압을 오래 방치하면 무릎이 더 쑤신다는 이야기, 그냥 느낌만은 아니었습니다. 전남대 류제황 교수와 인제대 전장수 교수 공동 연구팀이 고혈압과 퇴행성관절염을 잇는 분자 수준의 연결고리를 찾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뇌에서 분비돼 혈압과 체내 수분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호르몬 바소프레신(AVP)과, 이를 인식하는 수용체 바소프레신 수용체 1A(AVPR1A)입니다. 고혈압 상태에서는 혈중 바소프레신 농도가 높아지는데, 건강한 연골에는 이 수용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연골이 노화하거나 손상되면 AVPR1A가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늘어난 수용체가 혈중의 바소프레신과 만났을 때 벌어집니다. 둘이 결합하면 연골을 분해하는 신호는 강해지고, 반대로 연골을 만들고 유지하는 신호는 약해집니다. 고혈압으로 늘어난 호르몬이 혈액을 타고 관절까지 이동해, 이미 약해진 연골을 더 적극적으로 갉아먹는 쪽으로 몸의 신호 체계를 바꿔 놓는 셈입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으로 이 메커니즘을 뒤집어 봤습니다. AVPR1A 수용체를 제거하자 고혈압으로 인한 연골 손상이 크게 줄었고, 이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 렐코밥탄(Relcovaptan)을 투여했을 때도 비슷하게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바소프레신과 AVPR1A 사이의 신호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면, 고혈압 환자의 퇴행성관절염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연구팀도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과 효능 검증이 앞으로 더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고혈압과 관절염은 그동안 각각 따로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번 연구는 두 질환이 우연히 함께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분비된 호르몬이 관절까지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분자 수준에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참고한 기사 — 파이낸셜뉴스 · 헤럴드경제 미주판 ·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