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로가 막히자 사우디는 다시 호르무즈로 — 운임이 사상 최고로 뛰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동서 송유관 피격으로 우회 수출길이 막히자, 오히려 위험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수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하루 300만 배럴까지 줄었던 원유 수출이 이달 초 400만 배럴로 늘었는데 그중 100만 배럴이 호르무즈행입니다. 유조선 부족까지 겹쳐 페르시아만-중국 구간 해상 운임이 하루 약 100만 달러(약 13억 4천만원)까지 치솟아 사상 처음 있는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SOURCE 헤럴드경제 (2026.09.15) ↗
어제 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췄다고 전했습니다.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실어 나르던 그 우회로가 막히자, 사우디는 역설적으로 더 위험한 호르무즈해협 쪽으로 수출을 늘리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수치로 보면 흐름이 뚜렷합니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은 지난달 하루 평균 약 300만 배럴까지 줄어 최근 9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하루 약 400만 배럴로 다시 늘었습니다. 늘어난 물량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나가고 있는데, 그중 약 100만 배럴이 호르무즈행이고 나머지는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향합니다. 동서 송유관이 지난 10~11일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추자,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평소라면 꺼렸을 경로로 물량을 돌린 셈입니다.
이 선택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봉쇄해 온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9월 12일 글에서 이란-오만이 항로를 나누는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지만, 그 합의를 걸프 국가 전체가 함께 인정하는 절차는 9월 14일 글에서 다뤘듯 회의 자체가 연기되며 멈춰 있습니다. 해협을 둘러싼 정치적 타결이 안 된 상태에서, 사우디는 물량 확보를 위해 그 위험한 물길로 배를 더 많이 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그 결과가 해상 운임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유조선 부족까지 겹치면서 페르시아만에서 중국까지 원유를 실어 나르는 해상 운임이 하루 약 100만 달러(약 13억 4천만원)에 육박했습니다. 이는 사상 처음 있는 수준으로 전해집니다. 물동량은 늘었는데 그 물동량을 감당할 배는 부족하고, 남은 배들은 위험 수역을 지나야 하는 상황이 겹치며 운임이 치솟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동서 송유관의 복구 시점도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송유관이 다시 가동되기까지 몇 주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어제 글에서 전한 “3~5주” 전망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복구가 늦어질수록 사우디가 호르무즈 쪽 수출 비중을 계속 늘려야 할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운임과 지정학적 위험 부담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